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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ZOO / 오츠이치


일본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오츠이치의 작품은 크게 섬세함과 안타까움을 기조로 한 '퓨어 계열'과 잔혹함과 처참함을 기조로 하는 '다크 계열'로 나뉜다. 전자의 예로는 국내에 출간된 <너밖에 들리지 않아>, <쓸쓸함의 주파수>가 있고, 후자의 예로는 데뷔작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와, 제3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수상작인 <GOTH 리스트컷 사건>, 그리고 단편집 <ZOO>가 있다.

<ZOO>는 공포와 슬픔, 인간에 대한 애정과 극한적인 상황에 터져 나오는 역설적인 유머, 탁월한 인간 내면의 묘사가 섬세하게 짜여진 작품집이다. 서서히 부패해 가는 연인의 시체를 바라보며 매일 '범인 찾기'에 매진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ZOO'를 비롯, 총 10편의 소설이 수록되었다.

소설집 전체를 하나로 잇는 테마는 '죽음'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 자신의 죽음, 익명의 죽음, 다수의 죽음 등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의 이상심리를, 작가는 지극히 담담하고 감정이 배제된 문체로 서술한다. 인간의 두려움, 뒤틀린 내면에 대한 오츠이치 특유의 무감정한 묘사가 차가운 전율을 준다.준다.




무시무시한 동화

그림동화도 원작은 무시무시한 이야기였다고 하는데, 온고지신한 옛날 동화를 보는 것 같았다.
쏘우같은 스릴러틱한 이야기도 있었고, 아주 슬프고 아픈 이야기도 있었고, 심각하고 약간은 무서운데 웃음이 계속 나오는 개그 이야기도 있었다. 읽는 도중 유명 영화들의 장면이 연상되었다. 역자 후기에 영상과 관련된 일을 했었기에 영상을 의식한 작품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내 지긋지긋한 단편 울렁증을 치료시킨 마법같은 책이다. 굉장한 작가다.


1. SEVEN ROOM
영화 쏘우1편이 생각나는 설정, 나와 누나는 어두운 방에서 눈을 뜨고,, 그곳은 어디인지 누가 자신들을 납치한 것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주일.. 그리고 알게 되는 무서운 감금자.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고 끝나지만 꽤 공포스러운 설정

2. So far
2개의 세계에 걸쳐있는 한 아이의 이야기. 은근히 식스센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부모의 불화로 인한 아이의 안타까운 이야기

3. ZOO
약간의 죄의식과 함께 현실 도피의 망상 홀릭

4. 양지의 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생각나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 삶에 대해 알아가고 감정을 알아가는 인조인간.

5. 신의 말
자신의 목소리에 신의 힘과 같은 절대적인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아이. 남들 앞에서 자기 보호 본능으로 인한 가식 행동을 하지만 동생은 자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것만 같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 된다.
강박관념은 자신의 목소리를 어둠에 사용하게 되는데,..

6. 카자리와 요코
일란성 쌍둥이 자매 이야기, 한 아이는 어머니로 부터 학대받고, 한 아이는 어머니의 사랑이 가득한데,,
결말부분은 왕자와 거지가 생각난다. 이상하게 학대받는 아이의 이야기는 울컥하게 된다.

7.Closet
추리극장, 독특한 트릭과 반전, 허접한 추리소설작가보다 트릭이 뛰어났다.

8. 혈액을 찾아라.
이건 뭐.. 심각한 상황에서 웃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야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흑소 소설보다 더 흑소를 짓게 만드는 이야기다.

9. 차가운 숲의 하얀집
이것도 학대받고 살아온 아이의 잔인한 복수극 (복수를 꿈꾸지 않았지만), 잔혹한 동화

10.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
이것도 심각한 상황에서의 어이없게 만드는 인물들의 대화와 반전. 말도 안되는 설정상의 황당함을 뻔뻔하게 유머러스함으로 극복. 왜 계속 굴러다니는 캔을 밟고 넘어지는 거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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